최근 예금보험기금은 정부 주도형에서 점차 민영 보험(private insurance)의 장점을 접목하는 이른바 시장규율(market discipline)을 강화하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

그러나 예금보험기금이 시장규율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과의 연계성을 훼손하고 있는 현행 기금의 구조적인 결함부터 우선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

예금보험제도의 개선은 통합기금의 운영을 각 금융권 기금이 독자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임.

예금보험기금(이하 통합기금)은 민영 보험이 지니고 있는 장점을 예금보험제도에도 접목하려는 이른바 시장규율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음.

이에 따라 통합기금은 외환위기에 따른 무제한 보상을 위기 이전의 부분보상으로 전환시킨 바 있고, 정부지원금으로 형성된 상환기금을 금융기관의 예금보험료로 적립되는 통합기금으로부터 분리시킨 바 있음.

최근에는 리스크 정도에 따라 금융기관별로 보험료를 매기는 보험료차등제 도입과 기금별 적립목표액 설정 등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음.

그러나 이와 같은 시장규율의 강화 추세가 기금과 보험권이 빚어 온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됨.

실제로 통합기금은 단일기금 운영방식에 따른 금융권간 형평성의 잣대로 하나의 기준을 각 금융권 기금에 일률적으로 적용해오고 있으며,

최근에도 보험권 기금의 보상한도에 대해서만 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있을 뿐, 통합기금 내 기금의 독자성을 보장하는 복수기금형 운영방식의 도입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음.

이에 보험권 일부에서는 현행 통합기금으로부터 제도 개선을 기대하기는 더 이상 어렵다고 보고, 통합기금으로부터 보험권 기금을 완전 분리하자는 의견마저 대두되고 있음.

따라서 시장규율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예금보험기금이 금융권과의 분쟁을 해소하고 통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금의 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 보다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함.

이론적으로 예금보험은 민영보험사에 의해 제공되는 것이 이상적이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정부와 금융기관은 상호보험으로 예금보험제도의 틀을 짜고 여기에 민영보험의 장점을 접목하고 있음.

민영보험에서는 가입 금융기관의 개별 리스크를 평가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험료를 부과하여 건전한 금융기관일수록 보험료를 덜 내게 되고 이에 따라 건전경영에 대한 유인은 커진다는 장점이 있음.

그러나 민영보험사가 예금보험을 제공하는 데에는 보유자본의 문제도 있지만, 자본이 풍부하다해도 리스크의 측정이 어렵거나 상관관계가 높아서 민영 예금보험시장의 형성 가능성이 크지 않음.

따라서 현실에서는 정부나 금융기관 간의 상호보험 형태가 일반적이며, 여기에 해당 금융시장의 특성을 반영하여 민영보험의 장점을 접목하려는 이른바 시장규율기능의 강화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음.

그런데 통합기금이 추진하고 있는 시장규율기능의 강화는 금융시장의 특성을 반영하는 데는 근본적 한계를 지니고 있음.

예금보험기금은 외환위기를 맞이하여 각 금융권의 6개 기금을 통합하여 예금보험공사라는 단일주체가 관리하는 현재의 통합기금으로 전환하였으며, 하나의 기준을 모든 기금에 적용하는 운영방식을 채택하고 있음.

이러한 단일기금 운영방식은 여러 금융시장을 각각 반영하도록 되어 있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기금들이 사실상 해당 시장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게 만드는 기금과 시장의 단절을 초래함(<표 1> 참조).

통합기금은 모든 금융권에 대해 보상한도를 5천만원으로 단일화하고, 예금보험료 산출기준을 은행 예금 잔고와 유사한 기준으로 맞추는 것은 물론, 2002년까지의 기금(상환기금)에서는 금융권간 상호보조를 초래했음.

환급금 기준으로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초래할 정도의 수준이나 사고보험금 기준으로는 부족한 보상한도, 금융권간 형평성에 따라 보유위험 대비 과다한 보험료를 부담해 왔다는 보험권의 문제제기가 지속됨.

결국 통합기금이 시장규율기능을 강화하는데 있어서 근본적 장애물은 각 금융권 기금이 독자적인 운영을 할 수 없다는 데에서 비롯되고 있음.

현행 통합기금은 여러 기금들을 하나의 기금처럼 획일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사실상 각 기금이 대표하고 있는 금융권의 특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해당 금융시장과의 연계성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왔음.

통합기금은 통합 이후 줄곧 여러 기금들에 대해서 금융권간 형평성에 매달려 왔으며, 이는 기금과 시장(산업)의 연계성 약화와 그에 따른 기금과 금융권 간에 지속적인 분쟁을 초래했음(<표 2> 참조).   

기금과 금융산업의 연계성은 해당 시장의 규율 강화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라는 점에서 통합기금이 시장규율을 강화하려는 것과 단일기금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사실상 양립하기 힘든 것임.

따라서 통합기금이 단일기금방식을 고수하는 한, 기금은 금융시장과 괴리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통합기금이 강화하고자 하는 시장규율기능이 매우 빈약한 토대 위에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임.   

따라서 통합기금에는 통합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금융시장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기금 운영방식이 필요하며, 이는 복수기금제를 통해서 가능함.

복수기금제는 각 금융권의 기금에게 독자성을 보장함으로써 기금과 해당 금융산업과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음.

또한 복수기금 운영방식은 현재의 단일기금 운영방식에서 오는 폐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면서도 단일주체에 의한 통합관리의 이점과 미래 통합금융시장을 대비하는 기금으로서 존속할 수 있게 할 것임.

따라서 복수기금제로의 전환이 통합기금이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할 개선과제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보상한도 조정, 적정 목표기금제와 합리적 보험료차등제의 도입이 가능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