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지난 9월 28일 「근로자퇴직급여법(안)」을 입법예고함으로써 10여년 동안 끌어온 퇴직연금제도가 2004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

따라서 제도 도입을 전제로 향후 퇴직연금제도의 감독정책수립과정에서 감독정책의 방향성을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가 핵심과제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됨.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감독정책의 기본방향은 증권시장의 활성화 등과 같은 부수적인 목적보다 퇴직연금제도로의 전환을 통해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임.

즉, 수익성 중시보다 건전성 중시 감독정책에 정책기조를 맞추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퇴직연금제도 정착의 성공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

영미 등 선진국들은 퇴직연금제도를 운용하는 기업 도산시, 수탁기관 도산시 등 각각에 대비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종합적으로 마련·시행함으로써 특히 종업원의 수급권보호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음.

미국은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ERISA)」에 의해 최소적립기준이 운용되고 있으며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일정기간에 걸쳐 상각하고 지급보증제도의 보험료를 할증함.

또한 신탁이 발달하고 있는 영미의 경우, 선관주의(Prudent Man Rule)에 입각하여 수탁자의 배상책임에 대한 규정을 성문법과 판례법을 통해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여 수탁자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는 실정임.

미국의 경우 1974년 이전에는 전적으로 판례법에 의존하고 있었으나, ERISA법의 제정으로 엄격한 성문법제를 채택하고 있음.

특히 확정급여형의 자산운용규제가 완화되는 경우 자연스럽게 수탁자책임 규제 중심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음.

선진국의 감독정책 특성을 비교할 때 확정급여형은 양적투자 규제 중심(건전성강화와 리스크관리차원), 확정기여형은 수탁자책임 규제 중심의 감독정책을 지향해오고 있는 것을 나타남.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 근로자의 운용상품에 대한 정보부족 등을 고려, 사전에 안전형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근로자에게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음.

특히 일정한 수탁자책임의 룰(수탁자책임의 명확화)을 설정함과 더불어 수탁자책임 위반시 적절한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준을 세부적으로 마련함으로써 연기금운용의 건전성을 점점 확보해 나아가는 것이 절실함.

이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의 경우 운용리스크를 종업원이 지게 되므로 급부의 지급과 관련된 규제감독은 완화 될 수 있으나, 충실의무 및 주의의무 등 수탁자책임의무는 상대적으로 엄격해질 필요성이 존재하기 때문임.

특히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는 연금운용규제가 영미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선관주의(Prudent Man Rule)에 입각한 수탁자책임의 명확화가 철저히 이루어지도록 감독정책적 방안 마련이 긴요함.

이 경우 사용자, 운용관리기관, 자산관리기관 등 연금기금운용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마다의 수탁자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를 위반시 제재조치를 구체화할 필요성이 있을 것임.

이와 더불어 종업원에 대한 정보제공의 충실, 서류의 관리·문서의 명확화, 그리고 운용기관 자체적으로 수탁자책임 가이드라인의 책정 등이 이루어지도록 감독당국 차원의 지원·독려대책이 병행되어야 할 것임.

특히 확정급여형의 경우 정기적인 회계감사, 재정재계산, 책임준비금의 적정성 검증 등 엄격한 규제감독이 요구되기 때문에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에 비해 한층 높은 사전적 규제감독이 요구됨.

우리나라의 경우 연금급부보증공사(PBGC) 등과 같은 지급보증제도 도입(<별첨>참조)을 검토해 볼 수 있으나, 기업의 비용부담을 고려할 때, 일본 등의 경우처럼 최소책임준비금 규제제도의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음.

이 경우 연금수리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연금계리사 도입으로 퇴직연금재정을 개별적으로 검증·확인할 필요성이 존재함.

이와 더불어 연금정보공시를 통해 연금운용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수탁기관의 위험관리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연금의 자산가치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연금회계기준의 제정도 장기적으로 요구됨.

미국 등에서는 연금부채에 대한 최저적립, 연금부채의 추정방식 등에 대한 회계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실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