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말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18개 생명보험사 및 유사보험기관에서 판매하고 있는 종신보험상품의 주계약보험료, 해약환급금 등 가격을 비교하여 발표하였음.

동 자료에서는 주계약 사망보험금 5천만원, 1억원, 2억원, 5억원에 대해 성별·연령별로 주계약 보험료를 비교하여 1위부터 18위까지 보험료가 저렴한 순서로 생보사의 순위를 평가하였음.

해약환급금에 대해서도 가입연령별로 주계약 보험료 100만원, 50만원, 30만원, 10만원을 매월 납입한 후, 5년, 10년 경과시점에서 해약하는 경우 수령하게 되는 해약환급금을 비교하여 보험사의 순위를 평가하였음.

이러한 보험상품 비교조사는 보험소비자들에게 보험상품의 가격, 판매회사의 안전성, 서비스 등 상품 선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올바른 판단자료로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소비자의 알 권리를 신장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시도되었음.

그러나, 본래 취지와 달리 지나치게 가격비교에 관한 정보만 부각됨으로써 보험료가 높은 회사로 발표된(순위가 낮은 보험사) 경우 가입자의 불신과 혼란을 초래하여 경영상 애로를 겪고 있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생명보험상품에 대해 비교공시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손해보험의 경우에도 금융감독원 홈페이지를 통해 [금융정보비교공시]의 일환으로 자동차보험비교공시를 하고 있음.

생보협회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종신보험의 보험료 총액, 연금보험 및 변액보험의 과거 수익률을 비교하여 공시하고 있음.

자동차보험료 비교예시는 상품별(개인용 자동차, 플러스개인용 자동차 등) ·차종별(소형, 중형, 대형 등)로 일정 가입조건 하에 연령별·성별·결혼유무별 보험료 총액을 비교하여 공시하고 있음.

그러나, 개정 보험업법 제124조에서는 보험료·보험금 등 보험계약에 관한 사항을 비교·공시할 수 있도록 하여, 향후 보험가격에 대한 비교공시 압력은 매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

따라서, 보험상품 비교공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적정수준의 정보 제공을 위한 합리적 방안의 모색이 요구되고 있음

보험상품에 대한 비교공시는 동일상품(급부)에 대해 소비자에게 회사별 보험료, 안전성, 부가서비스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합리적 구매행위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임.

이러한 비교공시는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가격비교 공시가 시장에서 적절히 반영된다면 보험사간 가격경쟁을 유도하여 추가적으로 보험료를 인하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음.

그러나, 모든 보험상품에 대해 가격비교가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행위를 유도하고, 보험사의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님.

상대적으로 비교공시된 가격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가능성이 높고,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탄력성이 높으며, 급부내용이 간단하여 계량화하여 비교하기 용이한 상품은 비교공시의 효익이 높을 것으로 기대됨.

반면, 급부 내용이 정형화되어 있지 않거나, 보험사간 상이하여 급부별 비교가 불가능할 경우, 또는 보험기간이 초장기상품이어서 계약유지기간 동안 다양한 무형의 서비스가 부가되는 경우에는 가격을 계량화하여 상대평가하기 어려움.

이러한 측면에서 판단할 경우, 보험상품 가격비교에 비교적 적합한 상품유형으로는 투자형상품, 자동차보험, 주택화재보험 등 소수의 상품만이 해당될 것임.

투자형상품의 경우 수익률에 따른 가격민감도 및 금융업종간 보험사간 가격경쟁 압력이 매우 높기 때문에, 가격에 대한 정보 제공이 소비자의 투자상품 구매 결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됨.

자동차보험의 경우 정형화된 상품으로 급부 내용이 단일하고, 매년 계약갱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비교공시의 효과가 비교적 적절히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됨.

투자형상품, 자동차보험 등 정형화된 상품을 제외한 개인보험 상품에 대한 가격비교는 비용 대비 효익이 크지 않으며, 오히려 과잉정보 제공으로 인해 소비자의 혼란만 초래하게 될 우려가 높음.

특히 종신·정기보험을 제외한 일반 생명보험상품은 보험사별로 급부 내용이 상이하여, 동일한 기준에 의한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험료 비교공시에 적합하지 않음.

상품의 우열을 판단할 때, 보험기간이 20년, 30년, 종신 등 초장기성상품은 보험사의 장기적인 지급능력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재무능력도 고려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측면이 고려되기 어려움.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보험상품에 대한 비교공시는 각 국별로 실시 여부, 내용 및 방법, 해당 상품 범위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

이러한 차이는 가격비교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 영국, 미국 등은 보험중개인제도가 잘 발달된 판매채널의 특성과도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됨.

보험가격 비교공시제도는 미국의 일부 주, 영국, 호주 등에서만 실시하고 있으며, 실시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대체적으로 투자형 상품과 자동차보험 등 일부 상품으로 한정하여 매우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음.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 일부 주에서는 주보험청 홈페이지를 통해 자동차보험, 주택화재종합보험, 권원보험(title insurance), 건강보험 등에 대해서만 보험사별 영업보험료 총액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음.

영국, 호주에서는 연금, 유배당보험 등 투자형상품에 대해 가입시 회사간 가격비교 정보를 제공하고 있음.

보험상품 가격비교를 위해 보험상품 가격에 내재된 특성을 무시하고, 단순 수치로 보험료를 비교 평가하여 보험사간 순위를 책정하는 것은 계약자보호라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사실을 왜곡하여 보험수요를 축소시키거나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더 높음.

보험상품의 가격은 은행 예금과 달리 사업비를 포함하여 계산되는데, 보험상품 가격에 사업비를 별도로 부가하는 이유는 사후적으로 적정수준의 예대마진이 보장되는 예금과 달리 보험상품은 모집인 또는 대리점이 고객을 찾아가서 판매하기 때문에 판매수당 등의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임.

기대효용이론(expected utility theory)에 의하면 보험가입자는 위험에 대한 회피성향으로 인해 기대손실금액(순보험료)을 초과한 리스크 프리미엄(부가보험료)을 부담하고 보험상품을 구입하게 됨.

따라서 보험상품 가격비교가 소비자의 보험에 대한 인식 및 보험산업 전반에 미칠 막대한 영향을 감안한다면,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신중한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함.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별로 보험상품 비교공시 제도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공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 판매채널의 특성과도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바, 이러한 사항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있어야 될 것임.

특히 과잉정보 및 부적절한 정보제공은 오히려 소비자의 혼란과 잘못된 판단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임.